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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김상훈 기자 사진 김아랑 프리랜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등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여성 폭력 방지 업무를 수행하는 각 지역 기관의 중심이 되어 정보 교류와 교육 업무를 수행한다. 여성가족부로부터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여성긴급전화중앙지원단, 중앙위기청소년교육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며, 아동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전국 37개 해바라기아동센터를 지원한다. 2012년부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사각지대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자립과 회복을 돕는 ‘희망샘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좌절감이 아동에 대한 성적 선호로 발전


사람들이 아동 성범죄에 충격을 받는 이유는 범행 동기 자체가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인 듯합니다. 아동 성범죄자는 어떤 사람들인가요? 폭력이나 절도같은 일반적인 범죄자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나요?


예전에는 아동에게 성범죄자를 그려 보라고 하면 뿔 달린 이상한 사람을 그리곤 했는데, 사실 아동 성범죄자는 절대 이상한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해바라기아동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58.7%예요. 즉,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죠. 기타 범죄 관련해서는, 2015년 대검찰 청에서 발간한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가해자 중에 1범 이상 기타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과 초범인 경우가 반반이었어요. 통계만 보면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성폭력 범죄를 복합적으로 저지른다’고 보이기 쉽지만, 일반 범죄와 성폭력이 반드시 이어진다고 단언하기도 어려울 듯합니다.


아동에게 성욕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천적으로 소아에게 특별한 성적 취향을 갖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13세 이하 아동을 상대로 한 성적 행동, 성적 충동, 성적 공상 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소아 성애 장애’로 진단하는데, 대개 사춘기 전후로 자신에게 그와 같은 성적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처벌과 동시에 치료가 뒤따라야겠죠. 실제로 아동 복지 선진국에서는 아동 성범죄자를 단순히 범죄자가 아닌 정신병 환자로 간주하고 장기적인 치료·교정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요. 반면에 한국 은 아동 성범죄자를 범죄자로만 간주합니다. 재활프로그램도 다른 범죄자와 동일하게 TV 시청, 신문 열람, 종교 생활 등에 머물고요.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높은 재범률의 원인이 되고 있죠. 문제는 소아 성애는 후천적으로도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보통 성장하면서 이성에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어 가는데, 거기서 실패하고 상처 받고 무시당하면, 여성에게 거절을 당하여 생긴 두려움 때문에 ‘난 여성에게 관심이 없다,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자기의 성적 취향을 만들어 갈 수 있어요. 좀 더 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핸들링 (handling)이 가능한 아동한테 눈길이 가는 거죠. 후천적으로 아동에 대한 성적 욕구가 생겨나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회·경제적인 지위와도 관계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사회적으로 멸시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엉뚱한 곳으로 해소한다, 이런 논리가 성립될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성매매를 보면 더 의미가 뚜렷해지죠. 성매매도 큰 범위 안에서 성폭력의 일종이에요. 돈으로 성(性)을 사서 그 시간 동안 내가 성을 산 대상한테 마음대로 풀어 버리는 형태로 진행되거든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폭력이 물리적인 성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성매매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솜방망이 처벌 예방효과 없어


조두순 사건에서 보듯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국민의 법 감정 과 다소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지금의 처벌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시나요?


아니요.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 에게 강간을 저질러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는데, 판사들이 이 법대로 선고 하지 않아요. 보 통 대법원에서 정한 양형 기준, 즉 ‘이 범죄는 이 정도의 형량이 적당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따르는데, 그 양형 기준이 법에 훨씬 못 미치게 돼 있어요.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조두순 사건만 봐도 양형 기준에 따라 12년 형을 받았거든요. 범행을 저지른 것이 2008년이니까, 4년만 있으면 나와요. 같은 하늘 아래 그 사람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피해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불안한거죠. 선고를 내린 판사는 그 당 시 유기징역 상한이 15년이었는데 12년형을 내렸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에요.

양형 기준이 낮은 건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때문이기도 해요. 일부 법조계에 있는 분들은 ‘살인도 법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데, 강간 등 상해 치상이 그거보다 높아야 하냐’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좀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살인은 죽으면 그 순간에 고통이 끝나잖아요. 그런데 강간이나 성폭력은 그 고통이 평생 지속돼요. 사람에 따라서 죽을 때까지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요. 그래서 성폭력을 ‘영혼에 대한 살인’이라고도 부르죠. 그런 큰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살인과 버금가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솜방망이니까 예방 효과가 없어요. 사실 성폭력 사건은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5%밖에 안돼요. 나머지 95%는 교육 명령으로 끝나거나 벌금형을 받거나 기소조차 되지 않죠. 분 명히 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사례는 어떤가요?


선진국들은 처벌이 강하죠. 영국은 13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 를 저지르면 무기징역이에요. 유사 성행위도 성폭행으로 간주하고, 16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성관계 장면을 강제로 보여주기만 해도 10년 형에 처할 수 있어요.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위험한 성범죄자를 평생 사회에서 격리하는 법안을 채택했어요.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종신 구속할 수 있고, 재감정이나 가석방도 불가하죠. 일본도 아동 성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 사회와 격리시킵니다. 또 TV 와 신문에 성범죄자의 인적 사항과 얼굴을 공개하고 이웃집 주민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혹시 처벌이 약한 이유가 가해자는 주로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 인, 사회적 권력 관계 때문이기도 할까요?


그럴 수 있죠. 성범죄에서 일반적인 가해자의 특징은 권력이 세다는거예요. 그중엔 경제적인 권력도 있어요. 그래서 보통은 굉장히 유능한 변호사를 사죠. 그리고는 합의를 하거나 공탁을 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약자인 피해자들을 공략해서 처벌을 면하죠. 대표적으로 대학 내 성폭력을 보면 가해자가 교수인 경우는 지위뿐만 아니라 경제력이 뒷 받침되잖아요. 그래서 처벌을 덜 받는 경향이 있어요.







미성년 연예인 노출, ‘위험 수위’


처벌 강화 외에 아동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 까요?


요즘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선정적인 콘텐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어요. IT 강국답게 음란물이 유포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죠. 보고 싶지 않아도 그냥 노출 되는 수준이에요. 그런 유해한 환경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선정적인 자료를 올리는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해요. 또 최근에는 채팅 어플리케이션으로 아동이나 청소년 성매매가 자주 이뤄지는데, 그 안에서 성폭력을 당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요.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다음과 같은 경우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성매매는 처벌 받는다’ 따위의 경고문을 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들은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우리가 보호하고 안전하게 키워 내야 할 다음 세대를 위한 필 수적인 안전장치입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성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성폭력은 힘이 더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에요. 힘이 약한 사람의 대표적인 경우가 아동은 물리적인 힘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부분 등 모든 게 약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성매매의 대상이 되는 아동이나 여성은 보호하고 지원해 야 할 계층이에요. 그런 약자들을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거나 성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강해져야겠죠.


미성년 연예인의 노출이나 선정적인 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동 성범죄와도 연결된다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논쟁의 소지가 있는 문제입니다만, 저는 어린 친구들의 야한 옷차림 이나 선정적인 춤을 계속 보다 보면 안 좋은 생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은 그러지 않겠지만, 누군가는 분명 ‘미성년 아이 들한테 저런 걸 요구해도 되는구나’ ‘미성년하고 성관계를 맺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사람의 생각을 어떻게 막겠어요. 그런 생각이 행동으로 연결 될 수 있는거고요.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미성년 연예인들에 대한 성적 언사가 남발하잖아요.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해도, 미성숙한 어른의 경우 미성년 연예인의 성적인 표현 방식을 그대로 이해하여 표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성년 연예인의 성적인 표현 등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불어 미성년 연예인뿐만 아니라 성인일지라도 누구나 볼 수 있는 TV에서의 선정적인 행동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동 포르노는 여쭤볼 필요도 없겠네요.


물론입니다. 아동 포르노를 본 성인이 그러한 행위에 대해 환상을 가 지면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아요. 성인 간의 정상적인 관계는 사회 적으로 어느정도 인정되지만, 성인 대 아동의 관계는 정상적인 상황 에서는 용인되기 힘듭니다. 잘못된 생각을 하는 어른이 아동과 관계를 맺으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아동 성범죄가 발생하는 거고요. 아동 포르노는 만들어서도 안 되고, 보는 것은 더더욱 안 됩니다.


합의한 성관계도 만 13세 미만이면 강간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아동에 대한 신체 접촉이 비교적 관대한 편 이었잖아요. 할머니들이 남자 아이 성기를 만지는 일도 많았고요. 그런 행동들이 최근의 바뀐 가치관과 충돌이 있는 듯합니다.


예전처럼 아이를 만지면 오해를 받을 수 있어요. 함부로 머리를 쓰다 듬거나 등을 두드리는 행동은 조심해야죠. 성기를 만지는 건 완전히 강제 추행이니까 절대 해서는 안 되고요. 아이에게도 성적 자기 결정 권이 있어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아이에게는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너무 어린 아이일 경우에는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요. 그런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모르는 아이에게는 가급적이면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자기 결정권 말씀하셨는데, 미성년과 성관계를 맺은 성인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저 아이도 좋아서 한 거다’라는 말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의 자기 결정권은 다르게 봐야 할까요?


네. 그런 경우에는 해당이 안 되죠. 의제 강간이라는 게 있습니다. 상대가 만 13세 미만 아동일 경우 성인과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하더라도 강간으로 간주하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기준 연령을 만 16세까지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른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얼마든지 아이를 현혹시킬 수 있고, 연애로 포장할 수 있거든요. 사실 사랑이란 게 성인들도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잖아요. 하물며 여러 가지로 성숙하지 못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진짜 사랑하는 사이다’ ‘합의하에 했다’고 판단하는 걸 오롯이 인정해 주기는 힘들죠. 그걸 이용해서 피해를 입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요. 친족 성폭행 같은 끔 찍한 경우도 있고요.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았을 때의 성폭력은 피해가 평생 이어집니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인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고요.


그밖에 사회적으로 아동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려서부터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어요.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가해자기 되지 않기 위한 교육, 즉 성 (性) 인권 교육이 중요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성적 자기 결정권, 즉 성에 대한 결정은 당사자가 한다는 점을 존중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폭력이고 범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 내 분위기도 중요합니다. 폭력 예방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에, 부모가 모델링을 통해 자녀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어요. 그 외에 부모-자녀 간에 소통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부모에게 무엇이든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아이가 혹시 피해를 당하거나, 혹은 그런 일을 저질렀을 때 털어 놓을 수 있거든요. 의논할 상대가 없어서 숨기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아이가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주고, 어떤 이야기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항상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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