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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 코딩 교육, 로봇부터 만지게 해 주세요. 

공주대 유아교육과 김상희 교수





코딩, 로봇 시대의 필수 덕목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코딩이 무엇인지 짚어 봐야 할 듯합니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어요. 그 중심에는 로봇이 있고요. 로봇은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짜는 게 코딩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최근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선진국들은 이미 유아 코딩 교육을 의무화한 곳이 많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오바마 대통령 같은 사람들도 유아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요.


그럼 코딩 교육의 목적은 프로그래머 양성인가요?

그렇게 오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꼭 전문적인 직업을 위해 가르치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우리 생활 어디에나 로봇이 들어올 거잖아요. 로봇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인데, 코딩을 몰라 로봇을 조작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 로봇을 부릴 수 없게 돼요. 즉 로봇을 더 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코딩 교육의 기본 목적입니다. 또 하나, 코딩을 통해 기를 수 있는 능력들이 있어요. 컴퓨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사고력, 공간지각력, 창의적인 문제해결력 등인데, 통칭해서 ‘컴퓨팅적 사고’라고 불러요. 사실 이런 능력은 다른 교육으로도 익힐 수 있어요. 하지만 굳이 로봇을 교수 매체로 활용하는 이유는, 미래에는 로봇과 훨씬 더 밀접하게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로봇으로 교육을 해서 아이들에게 미래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주려는 것이죠.


앞으로 초등학교 코딩 교육이 의무화됩니다. 어떤 수업이 이뤄지나요?

로봇이 작동하려면 순서가 있어요. 먼저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짜고, 그 프로그램이 로봇에 전달되어 동작을 하는 거죠. 그래서 보통 코딩 교육도 그 순서대로 이뤄집니다. 학생들이 컴퓨터나 태블릿PC로 프로그램을 짜서 실행시키면 로봇이 그대로 움직이는데, 실물 로봇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고, 컴퓨터 그래픽 상에서 마스코트가 명령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EPL(Educational Programming Language)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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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렵지는 않나요?

그것이 저희가 주목한 점이에요. 초등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코딩 교육은 말씀드린 대로 로봇이 작동하는 순서를 고려해서 프로그래밍 교육을 먼저 실시해요. 로봇 전문가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코딩은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태블릿PC 상에서 손가락으로 명령어를 드래그 하는 정도니까요. 그런데 연령이 낮은 경우 아이의 성향에 따라, 혹은 사전 경험 유무에 따라 수준 차이가 날 수 있어요. 흥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아이도 나타나고요. 하물며 유아는 어떻겠어요? 프로그래밍은 마우스를 조작하는 능력부터 시작해서 명령어를 알아가기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에요. 아이들은 주의집중력이 짧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서 하는 활동은 하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그런 식의 교육이 내는 효과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발달 특성상 컴퓨터상의 프로그래밍이 아닌 로봇이 움직이는 것부터 확인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거든요. 움직이는 로봇을 보며 ‘내가 만든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지?’ 하는 궁금증을 갖고, 그 후에 거꾸로 코딩으로 가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거죠.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비교 실험을 한 겁니다.





유아 코딩 교육은 실물 로봇 조작부터


실험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요?

유아를 25~27명씩 두 반으로 나눠서 12차시 수업을 했어요. 실험반은 ‘유아로’라는 교구 로봇을 손수 만들어 움직이도록 하는 활동을 했고, 비교반은 태블릿PC로 프로그램을 짜서 컴퓨터상에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비교반 수업은 코드오알지(code.org)라는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재구성하여 사용했습니다. 검사 도구를 통해 사전과 사후에 창의적 문제해결력, 공간지각력 등을 검사했는데, 짧은 기간이라서 큰 차이를 내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어요. 저희 예상대로 유아들에게는 컴퓨터상의 코딩 교육보다는, 로봇을 손수 만들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어떤 점이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일까요?

정적인 활동이 아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던 거죠.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낀 것이 교육 효과로 이어진 거고요. 또한 손으로 직접 로봇을 만들어 본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교구 로봇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직접 만든다는 점이에요. 사실 조립이 어렵습니다. 2차원 평면도 상의 그림을 머릿속에 3차원으로 예상하면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게 바로 공간지각력이에요.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만든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니까 아이들은 굉장히 특별한 희열을 느끼는 거죠. 외국 사례를 보면 보드판 위에서 움직이는 ‘비봇’이라는 교구 로봇이 있는데, 저희처럼 직접 만드는 교구 로봇은 아니에요. 로봇에 방향키가 붙어 있고, 유아가 방향키를 눌러서 입력하면 입력된 방향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아이들이 코딩을 너무 어려워하니까 그에 대한 대안으로 개발한 로봇인데, 이런 로봇이 코딩 교육 효과가 있는지는 외국에서도 보고된 자료가 없어요. 비봇보다는 저희가 실험에 사용한 스스로 만드는 로봇이 더 교육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들면 다른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측정 항목이었던 창의적 문제해결력 같은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로봇을 만드는 활동을 통해 인성도 기를 수 있어요. 하다가 잘 안 되면 포기하고 집어던지는 게 아니라,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 잘될까’ ‘그럼 이렇게 해 볼까?’라고 다양하게 생각하면서 인내심을 키우는 거죠. 또 내가 잘 모르면 모른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여 도움을 받고, 나보다 못하는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고요. 한편 만들기는 소근육 발달에도 좋습니다. 이걸 어떻게 힘을 주면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풀리고를 생각하면서 실행하면 지각 능력과 함께 신체의 다양한 부분이 발달합니다. 즉 코딩 교육은 코딩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분이 어우러져 통합적인 효과를 내는 활동이에요.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유아 대상의 코딩 교육은 분명 초등학교와 달라야겠죠. 도구도 달라야 하고,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가르치는 선생님의 마인드도 달라야 하고요. 


코딩 교육에 부담을 느껴 걱정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잘 모르는 새로운 것이 다가오면 누구나 두렵기 마련입니다. 교사들이 코딩 교육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아마도 ‘기계’ ‘로봇’, 이런 단어가 주는 부담 때문일 거예요. 워낙 다른 영역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교육할 내용은 어차피 아이들 수준이에요.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미술, 음악, 무용 등을 다 가르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무용가나 전문적인 아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기본 원리는 다 똑같아요. 발달 과정 상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려는 욕구가 강해요. 그런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아,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재밌게 배우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가르쳐 주시면 돼요. 물론 공부도 해야겠죠. 내가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일에 두려움을 가지면 안 돼요. 이것도 하나의 게임이고 즐거운 놀이니까, 아이들 수준에 맞게 놀이처럼 가르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때 중요한 건 이 교육이 왜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수학을 예로 들면, 미적분같이 어려운 것은 다들 하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도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문제해결력과 논리력을 기르는 것이 수학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차근차근 가르치는 거고요. 코딩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겠죠. 앞으로 우리 삶에서 로봇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도구잖아요. 코딩을 왜 배우는지를 우선 파악하고 쉬운 부분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면 됩니다. 나사를 돌리고 끼우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그것이 실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주변에서 어떤 도구들이 그와 같이 구성돼 있는지 등을알려주면서 흥미를 북돋을 수 있어요.또한 아이들 수준도 고려해야죠. 기질이나 선수 학습 여부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데, 그에 따라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코딩도 결국 유아교육의 일환,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코딩 교육을 누리과정에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래 교육하는 사람들이 좀 느립니다. 뭔가 처음부터 시도하기보다는 이게 얼마만큼 아이들에게 효과적인지 검증을 거친 다음에 적용하려고 하죠. 작년에 교육부에서 유아 대상 코딩 교육을 지양하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코딩 교육이 자연스럽게 누리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김상언 선생님은 박사 논문으로 코딩 교육이 포함된 1년치 교육 과정을 연구하기도 했고요.다만, 바로 이뤄질 수는 없기 때문에 방과 후 과정부터 시작해

서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아 코딩과 관련한 사교육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코딩 교육이 초기다 보니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서 사교육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사교육 업체에서 하는 유아코딩 교육은 대부분 교구 로봇이 아닌, 앞서 말한 EPL 방식, 즉 컴퓨터상에서만 하는 프로그래밍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본인의 활동을 통해 무언가를 터득해 가야

하는데, 이런 식의 교육이 발달상으로 적합한 방법인지 의문이 들어요. 물론 아직 현장에서 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사교육을 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장의 준비성을 말씀하셨는데, 교구 로봇을 이용한 코딩 교육을 현장에 적용할 때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저희 실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우선 인력이 부족해요. 처음 접하는 분야다 보니 아이들 수준 차이가 큽니다. 흥미 정도도 다르고요. 그럼 1:1로 도와줘야 하는데, 교사 한 명이 유아 20명을 지도하려면 힘들죠. 특히 저희 실험 때는 코딩 수업에 앞서 ‘순차’나 ‘반복’ 같은 기본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한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그래서 차시가 잘 진행되지 않기도 했고요. 그 밖에 인터넷이 끊겨서 수업 중에 코딩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던 경우도 있고, 로봇 부품이 작아 아이들이 삼킬 우려도 있는 등 개선할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비용 문제도 무시 못 하고요. 이런 점을 생각하면 교구 로봇이 현장에 적용 되기까지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당부 말씀이 있다면요?

코딩을 하든, 어떤 수업을 하든, 중요한 건 ‘사람’이에요. 앞으로 로봇이 더욱 많은 일을 할 거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지능으로 치면 인간보다 로봇의 능력이 훨씬 좋을 거고요. 거기서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해요. 알파고가 인간을 위협한다고 느끼는 건, 우리가 그 동안 ‘두뇌형 인간’만 키웠기 때문이에요. 코딩도 삶에 대한 철학을 갖고 접근해야지, 그렇지 않고 단순하게 지식만 전달하면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잃기 십상이에요. 코딩 교육의 목표는 로봇을 잘 쓰는 것이잖아요. 인간이 주체성을 갖고 로봇을 도구로써 활용한다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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